[호박전 만들기] 엄여사를 위한 호박전

상세 컨텐츠

본문 제목

[호박전 만들기] 엄여사를 위한 호박전

짜바의 하루/짜바의 기록

by 짜바 2020. 10. 10. 18:02

본문

며칠 전 엄 여사께서

우리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 "싸구려"라고 통하는 간판 없는 야채가게에서 사 오신 애호박 두 개.

 

"싸구려"라는 존재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하자면...

시장통 안에 허름한 가게가 하나 있다.

간판 하나 없지만 늘어져 있는 야채 및 과일들을 보면 누가 봐도 그곳은 야채 가게이다.

오전 시간 탑차 같은 게 가게 앞에 도착하면

그때부터 동네 아주머니들의 몸싸움이 시작된다.

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.

간판이 없는 그 가게는 이 동네에선

-어디 가세요?

-응... 싸구려

라고 하면 다 통하는 곳이다.

 

그렇게 사 오신 애호박이 냉장고에서 식탁에서 싱크대에서 내 눈에 띈 게 3일째.

-애호박 뭐할라고 사 왔는데?

-아 사실 호박전이 먹고 싶어서 사 왔는데...

 

추석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.

추석 때 먹은 전들이 아직 내 피와 살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살아 있는 것 같은 지금.

또 전?

 

우리 엄 여사는 평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대뜸 '나 그게 먹고 싶어' 하지 않으시는 분이다.

보통의 우리네 어머니들이 그러하듯이....

 

 

그렇게 싱크대에 덩그러니 있던 애호박을 잘랐다.

 

 

 

 

 

애호박전은 두께가 중요하다.

너무 두꺼우면 잘 익지 않고 계란물이 타버리고

너무 얇으면 식감이 없다--

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

누구에게 배우지 않고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배운 나만의 결론이다.

 

 

 

이제 계란물을 준비!

나중에 양념장을 찍어먹을 거지만 계란물에 소금은 조금 넣어줘야 한다.

난 개인적으로 후추도 약간 넣어주는데

우리 엄 여사는 후추를 싫어하는 관계로 생략!

 

 

 

이제 밀가루 준비!

밀가루는 적당히 준비해둔다.

나중에 남으면 처치 곤란이다.--

밀가루에 잘라둔 애호박 넣고 양면으로 묻혀 계란물로 퐁당!

 

 

 

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(전의 핵심은 기름!)

프라이팬이 뜨겁게 달궈진 것 같으면 약불로 놓고

밀가루 옷과 계란옷을 차례대로 입은 호박전을 하나씩 하나씩

프라이팬에 옮겨 익힌다.

 

 

 

 

노릇노릇 익은 것 같지만 육안으로는 호박이 잘 익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.

이쑤시개로 호박의 가장자리를 쑥 찔렀을 때 막힘없이 부드럽게 들어가면 잘 익음!

 

 

 

남은 계란물은 미니 계란말이로~

하지만 남은 밀가루는 처치 곤란...

 

 

 

처음 양과 사용 후 남은 밀가루의 양...

다음부터 밀가루는 아주 조금만!!

 

남은 밀가루는 버리기도 아깝고

결국 내일 점심 메뉴를 수제비로 바꾸게 만든 나의 밀가루 플렉스!


이 간단한 음식을 귀찮아서 하지 않으셨을까?

 

그렇지 않다.

 

당신이 먹고 싶다고
당신만 먹고싶다고
당신만을 위해선 어떠한 수고도 하지 않으시는

우리 엄 여사의 잘못된(?) 희생 방식 때문일 것이다.

 

자식이 먹고 싶을 때,

남편이 먹고 싶을 때까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식욕조차 참고 기다렸다가

 

함께 먹으려 했던 우리 엄 여사의 지극한 사랑방식 때문일 것이다.

 

아마도 애호박이 내 눈에 보였던 첫날

-엄마 호박전 먹고 싶다. 호박전 해줘!

라고 했더라면 그날 저녁은 호박전이 식탁 위에 자리 해 있었을 것이다.

 

 

관련글 더보기

댓글 영역